BGM Merry christmas Mr.Lawrence


#‎유대숲5763‬ ‪#‎너에게쓰는편지


오늘은 내가 유니스트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야.


그래서 그냥 이제서야 너한테 내 얘기를 해볼까 해.

이건 그냥 내 얘기야. 네가 물었을때 말해주지 못했던,

그래서 4년이 지난 이제서야 꺼내는 이야기.


너는 기억할지 모르겠어. 처음 나와 안면을 텄던 날, 네가 물었었지, 그렇게 좋은 대학을 붙어놓고 왜 울산까지 내려왔느냐고. 그래서 나는 그냥 여기가 좋아서 왔다고 그랬다. 사실이었다. 조용하고 평온한 유니스트가 내가 갈수 있는 곳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이었거든.


대학에 와서 누구한테도 제대로 말한 적이 없지만, 나는 사실 색청이 있다. 별 건 아니야, 그냥, 귀에 들리는 소리를 눈으로 인식하는 장애야. 소리가 색으로 보이는. 그냥 그런 거. 그래서 나는 사람이 많은 곳에는 오래 있을수가 없어. 너무 많은 색이 보일때가 있어서. 길을 걸을 때는 늘 익숙한 색깔의 노래를 틀어놓고 길을 걷곤 한다. 점심방송 저녁방송으로 스피커에서 처음 보는 색이 나올때면 물끄러미 쳐다보며 길을 걷다 넘어지기도 하고, 그냥 그런 거.


너는 파란 목소리를 가지고 하얀 피아노를 쳤다. 이상하지, 피아노는 보통 까만색도 하얀색도 아닌 그 중간의 먹먹한 빛깔인데 네 피아노는 온통 하얗게 보였다. 가끔은 눈이 내리는 듯도 했다. 내가 너의 피아노 치는 모습을 직접 본건 4년동안 꼭 4번 뿐이다. 너의 피아노를 들을 때마다 나는 늘 눈내리는 벌판에 혼자 앉아있었다. 너는 파란색 목소리를 가지고 말하면서 피아노는 꼭 눈처럼 새하얗게 연주했다. 나는 그런 너의 피아노를 좋아했다.


내가 색청이어서 좋다고 느낀 점은 딱 하나였다. 멀리서도 지나가면서도 네 피아노가 들리면 나는 그것이 너인것을 금방 알수 있었다. 혹시 방해가 될까 문밖에 우두커니 서서 나는 네가 내리는 새하얀 눈을 맞고 있곤 했다. 이제와 꺼내는 이야기다. 너는 어느날은 마음이 아팠고 어느날은 기뻤고 어느날엔 잠을 깨기 위해 피아노를 치곤 했다. 건방지게도 나는 그런것 같았다. 학생회관을 지나치다 너의 피아노가 들리면 나는 분수대에 멍하니 앉아 네가 내리는 눈을 고스란히 맞았다.


얼마 전 네가 대학원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좁디 좁은 학교라, 우리가 그저 인사만 건네는 사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어도 네 소식은 들려오더라. 너는 여전히 유니스트에서 새하얀 눈이 내리는 피아노를 치겠구나. 불현듯 그게 참 기쁜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그저 4년 동안 얼굴을 마주치며 인사만 하는 사이었지만, 나는 너의 피아노를 참 좋아했다. 왜그랬는지는 몰라도 참 그랬다. 너의 피아노를 볼수, 들을 수 있어서 나는 이 학교에 있는 4년동안 참 행복했다.


그래서 그냥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었다. 솔직히 여기다 글을 쓴다고 네가 볼지는 모를 일이다. 너는 무던한 아이라서, 이 글을 보고도 거참 희한한 일이구나 하고 지나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고마워. 네 피아노 연주를 정말로 좋아했어. 도둑처럼 매번 몰래 들어서 미안해. 그래도 알아주었으면 해, 네 연주는 정말로 멋있어. 그러니까 피아노는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는 앞으로도 많은 소리를 보겠지만, 네 피아노를 종종 생각하게 될것 같아. 4년동안, 고마웠습니다.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유대숲5936‬ ‪#‎그대에게‬


4년을 하루이틀만에 정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는지 나는 어제오늘 꽤나 마음이 아팠습니다. 안녕하세요, 나는 유니스트라는 곳에 4년동안 머물다 이제는 멀리 떠나는 사람입니다. 오늘은 그대에게 내가 있던 곳에 대해 들려주고 싶어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처음 그곳에 갔을 때, 듬성듬성 지어진 건물들을 보며 나는 그런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아, 나는 이곳을 떠날때 참 마음이 아프겠구나, 하고. 같이 성장해나가며 얼마나 많은 정이 들지 나는 그때 이미 알고있었던 모양입니다.

명절이나 기념일이면 유난히 썰렁해지는 그곳에 나는 혼자 남아, 가끔은 몰래 잔디에 드러누워 하늘을 보곤 했습니다. 그대는 별이 쏟아지는 하늘을 본적이 있으신가요, 내가 있던 곳은 그런 하늘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오리온자리의 삼태성 별빛이 그리도 밝아 눈가에 맺히던, 그런 밤하늘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이른 새벽 종달새가 보랏빛으로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학정을 나서 본적이 있을 그대에게. 그 새벽의 차갑고 고요한 공기가 그대는 어땠는지 물어보고도 싶습니다. 그 순간들마다 나는 참 행복했습니다. 밝아오는 동녘의 태양에 도서관이 노랗게 물들어가는 순간 귓가에 스치는 그 파아란 새벽에, 나는 퍽 행복했습니다.


내가 있던 곳은 참 정의로운 사람들로 가득찬 곳이었습니다. 지켜보는 눈길 하나 없이 시험을 치르며 스스로의 긍지로 반짝이던 그 밤들에 저는 자주 벅차곤 했습니다. 그 총명한 눈빛들은 또 얼마나 반짝이던지, 나 또한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그 별빛들 중 하나였답니다.


내가 있던 곳은 참 아름다운 사람들이 살던 곳이었습니다. 그곳의 편의점 매출이 전국구를 달려도, 길거리에는 마치 어떤 상점도 존재하지 않는 듯 언제나 계절을 잃은 낙엽과 꽃잎만이 뒹굴곤 했습니다.


그대는 어두운 밤 가막못을 혼자 걸어본적이 있을까요. 이따금은 고라니가 울고, 이따금은 새가 나는 소리가 들리고, 그리고 이따금은 그대들의 사랑노래가 들리곤 하는 그 길을 나는 참 좋아했습니다.


하늘이 맑은 날 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모든 건물이 하늘로 뒤덮여 있는 그런 곳을 그대는 아시나요. 유리창 빽빽히 들어찬 하늘에 나는 가끔 눈이 시려 가슴이 터질듯 했습니다. 하늘에 떠돌던 구름 한점이 유유히 경영관 유리창을 헤엄치면, 학생회관에서는 또 누군가가 연주하는 온갖 선율이 세상을 덧칠하겠지요.


그대는 저멀리에서 온 산바람이 잠시 쉬어가는 바람의 계곡을 아실테지요. 봄이면 벛꽃잎 눈처럼 날리고, 여름이면 푸르른 잔디빛에 눈이 아린, 가을이면 낙엽이 불고 겨울이면 이른아침 누군가 부지런히 눈사람을 만드는, 그런 곳에 그대가 있을테지요.


그대는 그대와 나의 시절이 머물고있는, 그런 곳을 아십니까. 그대의 청춘과 나의 청춘이 여기에 머물러 있습니다. 때로는 지쳐 지나친 순간들조차 우리는 그곳에서 눈부셨습니다. 나와 그대가 그러했듯 그대도 그러할 것입니다.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학교, 한때는 나의 집이자, 나의 모든 순간들이 지금도 어디선가 숨바꼭질을 하고 있을 유니스트에게. 그리고 그곳에 있는 그대에게.


고맙습니다. 우리의 순간들을,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 그 후 이야기

#‎유대숲8874‬ ‪#‎못다한이야기


오늘 오랜만에 학교에 다녀왔어.


졸업을 하는 사람이 이어폰을 끼고 돌아다닐순 없어서, 

정신을 바짝 차리려고 나는 혼자 조금 애를 썼다.


이번에 졸업하는줄 알았던 너를 마주치면 말이라도 한번 걸어볼까 사람들 얼굴을 제대로 못보는 나도 열심히 웃음소리들 사이를 두리번거렸다. 오늘 우리가 마주쳤던 건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우연이 아니었던 일이 되겠지. 너와 인사하고 돌아서는 순간 깨달았다.


피아노 계속 칠거지? 당연하지. 응, 고마웠어. 뭐가? 그냥 고마웠어.


생각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어서 겁이 나기까지 했던 나의 편지를 정작 너는 읽지 못한 것이 참 너답다는 생각에 나는 그저 웃고 말았다. 너는 여전히 그 시리도록 하얀 피아노를 치겠구나, 그리고 언젠가는, 너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너의 피아노만은 이유도 없이 참 좋아했던 내가 여기에 있었구나. 학사모를 던지던 순간 쏟아져내리던 그 하얀 종잇조각들은 그 시간들을 떠올리게 해서 여지없이 그것들을 맞고있던 나는 참 눈물나게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학위기를 받으러 학부 행사실로 들어서자마자 내가 너를 처음 보았을때 네가 치고있던 곡이 조용히 흘러나왔다. 그게 참 감사한 우연이라 나는 멍청히 자리에 앉을 생각도 않고 그 선율을 보고 있었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교수님이 푸른 솔빛으로 참 수고 많았다.하시던 순간에는 감사합니다. 고개숙여 지난 시간들을 되짚었다.


Merry christmas Mr.Lawrence는, 내 대학생활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해준 곡이 되었다. 기억을 새길 무언가가 생겼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야, 그래서 나는 너에게 마지막으로 한번 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었어.


네가 읽지 못한다는 걸 이제 알면서도 여기에 또다시 글을 쓰고 싶었던 이유는, 이런 글을 너그럽게 읽어주었던 당신 덕에 이제 저는 조금 더 용기를 내어 살아갈수 있게 되었다고 인사하고 싶어서입니다. 8년을 생각했던 이야기도, 4년을 생각했던 이야기도, 그런 당신이 있어서 이제서야.


가끔은 말로도 글로도 꺼내기 어려운 마음이 있는것 같습니다. 꺼내놓는 순간 빛이 바랠까봐 걱정스러울정도로 소중해서 그럴까요. 그래도, 서투르게나마 이렇게라도 꼭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아니, 사실은 그저 한마디를 말하고 싶어서 이렇게 두서없는 글을 또 적었습니다.


고맙습니다.



표현이 너무너무 예쁘다 으으 이걸 봤더니 글을 쓰고 싶어... 방학엔 다시 책 읽고 글 써야지 눈누난나 학교 도서관에서 지내야겠다... 아 생각을 해 보니까 그렇게 예브다는 우리 학교 도서관 쓸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 ㅁㅊ 갑자기 급 현타가 오네 아 도서관 많이 써야지 ㄷㄷ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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