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한 철 - 박준

수집 2014. 5. 22. 15:41

마음 한철 - 박 준


미인은 통영에 가자마자

새로 머리를 했다


귀밑을 타고 내려온 머리가

미인의 입술에 붙었다가 떨어졌다


내색은 안 했지만

나는 오랜만에 동백을 보았고

미인은 처음 동백을 보는 것 같았다


"우리 여기서 한 일 년 살다 갈까?"

절벽에서 바다를 보던 미인의 말을


나는 "여기가 동양의 나폴리래" 하는

싱거운 말로 받아냈다


봄이오는 바람이

미인의 맑은 눈을 시리게 했다


통영의 절벽은

산의 영정(影幀)과

많이 닮아 있었다


미인이 절벽 쪽으로

한 발 나가면서

내 손을 꼭 잡았고


나는 한 발 뒤로 물러서며

미인의 손을 꼭 잡았다


한 철 머무는 마음에게

서로의 전부를 쥐어주던 때가

우리에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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