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기억할지 모르겠어. 처음 나와 안면을 텄던 날, 네가 물었었지, 그렇게 좋은 대학을 붙어놓고 왜 울산까지 내려왔느냐고. 그래서 나는 그냥 여기가 좋아서 왔다고 그랬다. 사실이었다. 조용하고 평온한 유니스트가 내가 갈수 있는 곳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이었거든.
대학에 와서 누구한테도 제대로 말한 적이 없지만, 나는 사실 색청이 있다. 별 건 아니야, 그냥, 귀에 들리는 소리를 눈으로 인식하는 장애야. 소리가 색으로 보이는. 그냥 그런 거. 그래서 나는 사람이 많은 곳에는 오래 있을수가 없어. 너무 많은 색이 보일때가 있어서. 길을 걸을 때는 늘 익숙한 색깔의 노래를 틀어놓고 길을 걷곤 한다. 점심방송 저녁방송으로 스피커에서 처음 보는 색이 나올때면 물끄러미 쳐다보며 길을 걷다 넘어지기도 하고, 그냥 그런 거.
너는 파란 목소리를 가지고 하얀 피아노를 쳤다. 이상하지, 피아노는 보통 까만색도 하얀색도 아닌 그 중간의 먹먹한 빛깔인데 네 피아노는 온통 하얗게 보였다. 가끔은 눈이 내리는 듯도 했다. 내가 너의 피아노 치는 모습을 직접 본건 4년동안 꼭 4번 뿐이다. 너의 피아노를 들을 때마다 나는 늘 눈내리는 벌판에 혼자 앉아있었다. 너는 파란색 목소리를 가지고 말하면서 피아노는 꼭 눈처럼 새하얗게 연주했다. 나는 그런 너의 피아노를 좋아했다.
내가 색청이어서 좋다고 느낀 점은 딱 하나였다. 멀리서도 지나가면서도 네 피아노가 들리면 나는 그것이 너인것을 금방 알수 있었다. 혹시 방해가 될까 문밖에 우두커니 서서 나는 네가 내리는 새하얀 눈을 맞고 있곤 했다. 이제와 꺼내는 이야기다. 너는 어느날은 마음이 아팠고 어느날은 기뻤고 어느날엔 잠을 깨기 위해 피아노를 치곤 했다. 건방지게도 나는 그런것 같았다. 학생회관을 지나치다 너의 피아노가 들리면 나는 분수대에 멍하니 앉아 네가 내리는 눈을 고스란히 맞았다.
얼마 전 네가 대학원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좁디 좁은 학교라, 우리가 그저 인사만 건네는 사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어도 네 소식은 들려오더라. 너는 여전히 유니스트에서 새하얀 눈이 내리는 피아노를 치겠구나. 불현듯 그게 참 기쁜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그저 4년 동안 얼굴을 마주치며 인사만 하는 사이었지만, 나는 너의 피아노를 참 좋아했다. 왜그랬는지는 몰라도 참 그랬다. 너의 피아노를 볼수, 들을 수 있어서 나는 이 학교에 있는 4년동안 참 행복했다.
그래서 그냥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었다. 솔직히 여기다 글을 쓴다고 네가 볼지는 모를 일이다. 너는 무던한 아이라서, 이 글을 보고도 거참 희한한 일이구나 하고 지나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고마워. 네 피아노 연주를 정말로 좋아했어. 도둑처럼 매번 몰래 들어서 미안해. 그래도 알아주었으면 해, 네 연주는 정말로 멋있어. 그러니까 피아노는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는 앞으로도 많은 소리를 보겠지만, 네 피아노를 종종 생각하게 될것 같아. 4년동안, 고마웠습니다.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유대숲5936 #그대에게
4년을 하루이틀만에 정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는지 나는 어제오늘 꽤나 마음이 아팠습니다. 안녕하세요, 나는 유니스트라는 곳에 4년동안 머물다 이제는 멀리 떠나는 사람입니다. 오늘은 그대에게 내가 있던 곳에 대해 들려주고 싶어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처음 그곳에 갔을 때, 듬성듬성 지어진 건물들을 보며 나는 그런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아, 나는 이곳을 떠날때 참 마음이 아프겠구나, 하고. 같이 성장해나가며 얼마나 많은 정이 들지 나는 그때 이미 알고있었던 모양입니다.
명절이나 기념일이면 유난히 썰렁해지는 그곳에 나는 혼자 남아, 가끔은 몰래 잔디에 드러누워 하늘을 보곤 했습니다. 그대는 별이 쏟아지는 하늘을 본적이 있으신가요, 내가 있던 곳은 그런 하늘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오리온자리의 삼태성 별빛이 그리도 밝아 눈가에 맺히던, 그런 밤하늘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이른 새벽 종달새가 보랏빛으로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학정을 나서 본적이 있을 그대에게. 그 새벽의 차갑고 고요한 공기가 그대는 어땠는지 물어보고도 싶습니다. 그 순간들마다 나는 참 행복했습니다. 밝아오는 동녘의 태양에 도서관이 노랗게 물들어가는 순간 귓가에 스치는 그 파아란 새벽에, 나는 퍽 행복했습니다.
내가 있던 곳은 참 정의로운 사람들로 가득찬 곳이었습니다. 지켜보는 눈길 하나 없이 시험을 치르며 스스로의 긍지로 반짝이던 그 밤들에 저는 자주 벅차곤 했습니다. 그 총명한 눈빛들은 또 얼마나 반짝이던지, 나 또한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그 별빛들 중 하나였답니다.
내가 있던 곳은 참 아름다운 사람들이 살던 곳이었습니다. 그곳의 편의점 매출이 전국구를 달려도, 길거리에는 마치 어떤 상점도 존재하지 않는 듯 언제나 계절을 잃은 낙엽과 꽃잎만이 뒹굴곤 했습니다.
그대는 어두운 밤 가막못을 혼자 걸어본적이 있을까요. 이따금은 고라니가 울고, 이따금은 새가 나는 소리가 들리고, 그리고 이따금은 그대들의 사랑노래가 들리곤 하는 그 길을 나는 참 좋아했습니다.
하늘이 맑은 날 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모든 건물이 하늘로 뒤덮여 있는 그런 곳을 그대는 아시나요. 유리창 빽빽히 들어찬 하늘에 나는 가끔 눈이 시려 가슴이 터질듯 했습니다. 하늘에 떠돌던 구름 한점이 유유히 경영관 유리창을 헤엄치면, 학생회관에서는 또 누군가가 연주하는 온갖 선율이 세상을 덧칠하겠지요.
그대는 저멀리에서 온 산바람이 잠시 쉬어가는 바람의 계곡을 아실테지요. 봄이면 벛꽃잎 눈처럼 날리고, 여름이면 푸르른 잔디빛에 눈이 아린, 가을이면 낙엽이 불고 겨울이면 이른아침 누군가 부지런히 눈사람을 만드는, 그런 곳에 그대가 있을테지요.
그대는 그대와 나의 시절이 머물고있는, 그런 곳을 아십니까. 그대의 청춘과 나의 청춘이 여기에 머물러 있습니다. 때로는 지쳐 지나친 순간들조차 우리는 그곳에서 눈부셨습니다. 나와 그대가 그러했듯 그대도 그러할 것입니다.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학교, 한때는 나의 집이자, 나의 모든 순간들이 지금도 어디선가 숨바꼭질을 하고 있을 유니스트에게. 그리고 그곳에 있는 그대에게.
고맙습니다. 우리의 순간들을,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 그 후 이야기
#유대숲8874 #못다한이야기
오늘 오랜만에 학교에 다녀왔어.
졸업을 하는 사람이 이어폰을 끼고 돌아다닐순 없어서,
정신을 바짝 차리려고 나는 혼자 조금 애를 썼다.
이번에 졸업하는줄 알았던 너를 마주치면 말이라도 한번 걸어볼까 사람들 얼굴을 제대로 못보는 나도 열심히 웃음소리들 사이를 두리번거렸다. 오늘 우리가 마주쳤던 건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우연이 아니었던 일이 되겠지. 너와 인사하고 돌아서는 순간 깨달았다.
피아노 계속 칠거지? 당연하지. 응, 고마웠어. 뭐가? 그냥 고마웠어.
생각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어서 겁이 나기까지 했던 나의 편지를 정작 너는 읽지 못한 것이 참 너답다는 생각에 나는 그저 웃고 말았다. 너는 여전히 그 시리도록 하얀 피아노를 치겠구나, 그리고 언젠가는, 너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너의 피아노만은 이유도 없이 참 좋아했던 내가 여기에 있었구나. 학사모를 던지던 순간 쏟아져내리던 그 하얀 종잇조각들은 그 시간들을 떠올리게 해서 여지없이 그것들을 맞고있던 나는 참 눈물나게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학위기를 받으러 학부 행사실로 들어서자마자 내가 너를 처음 보았을때 네가 치고있던 곡이 조용히 흘러나왔다. 그게 참 감사한 우연이라 나는 멍청히 자리에 앉을 생각도 않고 그 선율을 보고 있었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교수님이 푸른 솔빛으로 참 수고 많았다.하시던 순간에는 감사합니다. 고개숙여 지난 시간들을 되짚었다.
Merry christmas Mr.Lawrence는, 내 대학생활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해준 곡이 되었다. 기억을 새길 무언가가 생겼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야, 그래서 나는 너에게 마지막으로 한번 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었어.
네가 읽지 못한다는 걸 이제 알면서도 여기에 또다시 글을 쓰고 싶었던 이유는, 이런 글을 너그럽게 읽어주었던 당신 덕에 이제 저는 조금 더 용기를 내어 살아갈수 있게 되었다고 인사하고 싶어서입니다. 8년을 생각했던 이야기도, 4년을 생각했던 이야기도, 그런 당신이 있어서 이제서야.
가끔은 말로도 글로도 꺼내기 어려운 마음이 있는것 같습니다. 꺼내놓는 순간 빛이 바랠까봐 걱정스러울정도로 소중해서 그럴까요. 그래도, 서투르게나마 이렇게라도 꼭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아니, 사실은 그저 한마디를 말하고 싶어서 이렇게 두서없는 글을 또 적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13분 40초
자... 음... 좀 긴 사연이 있어서 소개해드릴게요
[경기도 평택에서 제이님이 보내주셨어요. 매일 푸른밤 듣다가 오늘은 용기를 내서 글을 씁니다. 저는 매일 밤 '내일도 쉬러와요~'라는 쫑디의 인사와 함께 잠이 드는 청취자 중 한 명입니다. 사실 저는 색청이 있어요. 소리를 들으면 눈으로 색이 인식되는 장애라고 합니다. 그래서 너무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리는 곳이나 많은 소리가 들리는 곳에 잘 다니지 못해요. 길을 걸을 땐 아주 익숙한 노래를 튼 체로 이어폰을 꽂고 다니곤 한답니다. 그래도 자주 넘어지지만요. 노래를 듣기만 할 땐 눈을 감는 게 오래된 습관인데요. 중학생 때 언니의 추천으로 쫑디의 노래를 처음 듣고 가을 햇살 같은 금빛 목소리도 있구나~하고 생각했던게 엊그제 같은데 곧 대학 졸업 앞두고 조용한 곳으로 이사를 해서 푸른밤을 듣고 있어요. 요샌 라디오에서 금빛 목소리가 일렁이는 걸 보며 잠이 들어요. 그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할 지 모르겠네요. 쫑디도 푹 쉬어요. 매일 마지막 인사에 그런 인사를 했습니다. 저의 신청곡은 에피톤 프로젝트의 선인장입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렇게 보내주셨네요. 음 색청을..색청이 있는 장애를 갖고 계시군요. 저는 처음 들은 장애인데 유지연 님도, [아 소리가 색으로 인식된다니..] 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처음 들으신 거 같아요. 제 목소리가 금빛..으로 보이시는군요. 음 얼마나 힘들까요. 이게 사실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또 색으로 인식이 되면 되게 어.. 혼란스러울거 같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힘드셔서 그런 곳을 많이 안 다니시고 평소에도 소리를 좀 차단하고 다니시는 거 같은데 어.. 그런 분에게 제가 라디오로 힘을 드릴 수 있다라는 게 너무 기쁘구요. 들으시면서 좀 편하게.. 라디오를 듣는 시간만큼은 편하게 금빛으로 하루를 마무리 하셨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합니다. 이 분에게 제 첫 솔로 앨범 싸인 CD보내드리겠습니다.
이예린님, [와 세상에..한편으론 예쁘고 한편으론 마음이 아린 사연입니다. 금빛목소리라니.. ]하셨습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공감을 하기에는 너무 뭐랄까? 경험하지 못한 부분이여서 이렇게 신기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정작 본인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힘들까?라는 생각에 어떻게 좀 마음을 달래드려야 할 지.. 얼마나 불편할까요.
이지은님, [방금 사연 보내신 분 항상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하셨습니다. 그래요 많은 분들이 이렇게 푸른밤이라는 프로그램 안에서 얼굴도 모르고 목소리도 모르지만 같은 시간과 같은 음악과 이야기를 공유했다라는 이유로 서로 행복하기를 바라고 있잖아요. 사연 보내주신 제이님도 행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에피톤 프로젝트 - 선인장]
음.. 앞서 소개해드렸던 제이님의 사연 있잖아요. 색청을 앓고 계시는.. 그 전화 연결을 한번 해봤어요 급하게. 많은 분들이 지금 '행복하길 바래요 우리 사연 보내주신 분~'이렇게 사연도 많이 보내주고 해서 지금 연결해봤습니다.
종현DJ: 안녕하세요~!
제이님 : 어 안녕하세요~
종현DJ:안녕하세요~ 그 사연 보내주신 제이님이시죠?
제이님 :네 안녕하세요~
종현DJ:앞서서 어디서 지내는 지 다 소개해드렸으니까 그런 이야기는 빼고 우리 푸른밤 가족분들에게 인사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제이님 :어 안녕하세요 24살 네.. 제이양이라고 합니다
종현DJ:네 안녕하세요 그 색청을...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되죠? 색청을 앓고 있다고 얘기 하나요 아니면 색청을 갖고 계신다고..?
제이님 :네 색청이 있다고 병원에서 그러더라구요
종현DJ:음~ 본인은 어.. 색청이 있다 그렇게 표현을 하면 되겠군요. 이게 선천적인 건가요?
제이님 :후천적으로 생기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는데 전 선천적으로 그런게 있어서..
종현DJ:어.. 어렸을 때 부터 계속해서 색을 보셨군요?
제이님 :아 네 어렸을 때 좀... 이상한 일이 있어서 병원에 이제 부모님께서 데리고 가셨는데 선천적으로 색청이 있다고..
종현DJ:그게 어떤 일이 였을까요?
제이님 :피아노 학원에 어렸을 때 다녔었는데 학원에서 오케스트라 같은 것을 애들을 모아서 보러 갔었는데 그 때가.. 태어나서 그렇게 악기가 연주되는 것을 처음 봤어요.
종현DJ:아 그렇죠. 악기가 정말 많고 또 여러가지 음이 한꺼번에 들리고 ..
제이님 :네 그래서.. 계속 보고있다가 거기서 이제 앉은 자리에서 너무 많이 색깔이 보이니까 그걸 감당을 못해서 토하고 이제..
종현DJ:아 그랬구나~ 그 어린나이에 그런 걸 겪게 되니까 그랬군요.. 악기마다 색깔이 다르게 보이고 그럴 수 있겠네요?
제이님 :아 네네 그거는 달라요. 다.
종현DJ:아 어때요? 피아노는 무슨 색이에요? 너무 궁금하다
제이님 :피아노는 먹색인데 까만색이랑 하얀색이랑 중간 정도되는 먹색인데..
종현DJ:무채색이군요
제이님 :네 그것도 연주하는 사람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는 거 같아요..
종현DJ:어.. 어떠세요 본인은..? 사실 어떻게 보면은 상당히 로맨틱하다고 느껴질 수 있어요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 공감각을 이게 음.. 타고난거기 때문에.너무 불편하시죠 근데..?
제이님 :저같은 경우는 안 보였던 적이 없으니까, 보이지 않는 상황을 잘 몰라서 엄청나게 불편하진 않은데 사람이 많은 데를 가면 아무래도 목소리가 많이 들리니까..
종현DJ:그 때 얘기하셨던 것처럼, 갑자기 많은 악기나 음이 들리는 것처럼 사람이 많으면 여러가지 색이 동시에 보이는군요?
제이님 :네 그래서 길을 못 걸어다녀요 사람이 많으면..
종현DJ:그 궁금한 게 있는데, 색이 들린다는 거. 색이 보이는.. 그러니까 소리가 보인다는 거 어떤 식으로 보이나요? 안개처럼 이렇게 보이는 건가요? 아님 선이 생기나요? 아니면,,
제이님 :어 안개처럼 보이는 소리도 있고 비누방울처럼 방울져서 보이는 소리도 있구요..
종현DJ:아 그렇군요..
제이님 :제가 다니던 대학교에 굉장히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 교수님이 계셨는데, 바이올린은 원래 막 연주를 굉장히 잘하면 빨간색에 가까운 색이 나오는 거 같아요~ 그 분이 연주하실 때는 빨간색이 비단? 실크같은게 휘감아져서 나오는 그런 게 보여요
종현DJ:아 그래요? 그러면 본인이 보기에 가장 예쁜색이 나는 악기는 뭐에요?
제이님 :..어... 색깔이 다 다르긴 한데
종현DJ:네, 마음에 드는 색?
제이님 :어... 아.. 얘기 해도 되나? 네.. 어..
종현DJ:불편하시면 안 하셔도 괜찮아요
제이님 :제가 얼마전에 페이스북에 익명으로 글을 올렸었어요.
이제 제가 다니던 대학에 피아노를 치던 친구가 있었는데 이 친구가 피아노를 치면 그 친구는.. 보통 피아노는 먹색인데 그 친구가 피아노를 치면 눈이 내리는 것처럼~
종현DJ:어.. 그런 식으로도 표현이 되는군요?
제이님 :하얀 가루같은 게 쏟아져 나오는 그런 친구가 있었어요. 그래서..
종현DJ:연주법에도 차이가 나고 그렇군요? 사람에 따라..
제이님 :네
종현DJ:신기합니다. 어 김가은님이 [뭔가 상상력이 풍푸하실 거 같고 그래요. 제 일이 아니다 보니까 너무 쉽게 말하는 듯해 죄송하지만 어찌보면 삶이 다채로우실 듯 해요]하셨습니다. 본인이 느끼기에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한 번도 색이 안 보인.. 소리가 안 보인 적이 없어서, 크게 어떻게 다른 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건 사람 많은 덴 좀 불편하다 이야기 해주셨는데.. 음.. 혹시 사람만날 때 불편함이 있거나 그러시진 않으세요?
제이님 :어.. 사람을 많이 만나는 걸 잘 못해요. 오케스트라나 연주회같은 것도 옛날에 한 번 그러고 나서는 학생때는 거의 못 보러 다녔는데 작년에 처음으로 다시 보러 갔었어요. 근데 그 때는 정말 재미있게 봐서~
종현DJ:아 이게 조금 성장하고 익숙해지다보니까..
제이님 :네 그래도 약간 어렸을 때만큼 이렇게 불편함이 크지는 않은 거 같아요. 어렸을 때는 많이 넘어지고 그래서.. 넘어지는 일이 잦아서..
종현DJ:그러니까 시각적으로 좀 불편함이 있으니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보지 못하셔서.. 소리를 보느라
제이님 :그리고 길에서 갑자기 노래를 틀면 시야가 맑았었는데 갑자기 노래가 나와버리면..
종현DJ:아 그렇군요.. 그런 부분에 불편함이 있겠네요. 영화같은 거 보실 땐 어떠세요? 영화에는 또 영상이 나오고 음악이 입혀지는데 이게 또 시각으로 나오면 좀 불편함이 있을 거 같아요
제이님 :아 네 근데 녹음이 되어있는 소리는.. 사람한테서 바로.. 악기나 사람한테서 바로 나오는 소리랑은 조금 다른..
종현DJ:아 또 그래요?
제이님 :네 그래서 영화보는거는 되게 좋아해요ㅎㅎ
종현DJ:어떠세요? 혹시 음악 관련된 학과를 다니시거나 공부를 하고 계신가요 지금?
제이님 :어 아니요 저 공대다니고 있어요ㅎㅎ
종현DJ:아 그래요ㅎㅎ 그렇군요. 사실 다른 사람과는 다른 무언가를 경험하시고 있는 중이시지만 어떻게 보면 전혀 다른 삶을 걸어 오셨기에 좀 상처가 있을 거 같다라는 우려도 있었는데, 지금 이야기 들어보니까 되게 밝으신 분인 거 같아서 너무너무 다행이네요
제이님 :감사합니다
종현DJ:긍정적이신 거 같아요. 제 목소리가 금빛이라니.. 일단 그것도 감사하구요. 고급스럽게 표현해주셨어요~
제이님 :아 그냥 이제 전화가 연결이 됐으니까.. 정말로 종현씨 목소리가 그 색깔이거든요. 가을에 굉장히 하늘이 맑을 때 햇볕이 땅에 비춰서 반짝거리는 그런 노란색깔이에요.
종현DJ:아 그래요?
제이님 :네 그래서 되게.. 추울 때 보면 좋아요
종현DJ:감사합니다. 앞으로도 푸른밤 함께 해 주시구요. 오늘은.. 오늘 또 이런 좋은 이야기 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우리 푸른밤 가족분들에게도 참 즐거운 시간이었을 거 같고 제이님에게도 좀 뭐랄까? 따뜻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으면 해요.
제이님 :네 저 부탁하나 드려도 될까요?
종현DJ:네네!
제이님 :저 앞으로도 노래 많이 불러주세요
종현DJ:알겠습니다.ㅎㅎ 꾸준히 부르겠습니다.
제이님 :네ㅎㅎ
종현DJ:감사합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제이님 :네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네 2711님이 [불편하실 수도 있는데 웃으시면서 조곤조곤 말씀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네요~]하셨습니다. 그래요 우리 푸른밤 가족분들도 저도 우리 제작진분들도 모두 혹시나 상처가 될까봐.. 우리들의 뭔가 이야기들이..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렇게 긍정적으로 다 이야기를 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렸습니다. 자 기분이 너무너무 좋네요~
표현이 너무너무 예쁘다 으으 이걸 봤더니 글을 쓰고 싶어... 방학엔 다시 책 읽고 글 써야지 눈누난나 학교 도서관에서 지내야겠다... 아 생각을 해 보니까 그렇게 예브다는 우리 학교 도서관 쓸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 ㅁㅊ 갑자기 급 현타가 오네 아 도서관 많이 써야지 ㄷㄷㄷ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