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폐 - 이장욱

수집 2014. 5. 22. 15:43

개폐

이장욱

 

오후 두 시의 그림자를 닫고 네게 도착하였다.

지갑을 열고 지금 이곳의 태양을 쏟아냈다.

손바닥을 닫은 뒤에

죽은 이의 사진 속으로 들어갔다.

중국어를 들었다.

 

잠을 잠그고

베이징을 열고

낯선 이름을 대며 인사를 했다.

니 하오,

날개가 돋는 중국의 새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가능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에게 폐쇄된 너의 뒷모습을 사랑하였다.

거울 속에서도

공사현장에서도

그것을 열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을.

 

혼자 물끄러미 손을 넣어보는 시간이 있다.

수긍할 수 없을 때가 있다.

누군가 중국어로 안타깝다 안타깝다,

라고 말한 뒤에

캄캄하게

나를 꽝,

닫아버렸다.

 

중국의 새들이 날아오르는 하늘과

손바닥으로 만든 차양과

가난한 햇살 아래

그림자를 열고 들어갔다.

새들이 나를 닫을 때까지

살아 있었다.

새들의 그림자를 정성스럽게

하나하나 열었다.

 

<詩로 여는 세상> 2012,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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