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끄적 2014. 4. 3. 23:10

 손톱을 잘랐다.

 

 나는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었다. 불안하거나 초조할 때 외에도 하는 것 없이 외로울 때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버릇이었다. 초등학교 때 따돌림을 당한 이후 나도 모르게 생겨 10년 동안 계속되었던 것이었다. 그랬던 것을 네가 손톱이 길고 예쁜 여자가 좋다는 말에 3일 만에 고쳤다. 버릇을 고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무의식중에 손이 입술 가까이 가 있긴 하지만 난 아무 생각 없이 있을 적보다 네 생각을 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났다. 내가 너와 친해지기까지의 시간이었다. 그동안 짧고 못생겼던 내 손톱은 길진 않아도 가지런하게 정돈될 정도로 자라 있었다. 손톱 바디는 아직 짧았지만 손톱을 길러 손가락을 덮은 후 네일을 해서 너에게 자랑한 날이었다. 너에게 잘 보이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지만, 10년 동안 짧고 울퉁불퉁했던 손톱만을 봤던 나는 은근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렇지만 너는 약속이 있다더니 곧 나타난 여자와 유유히 나와의 자리를 떴다. 무의식적으로 여자의 손톱을 보았다. 마치 반년 전의 나라고 생각될 정도로 짧고 못생긴 손톱이었다. 너는 그 손톱이 붙어있는 손을 감싸 잡았다.

 그래서 난 집에 돌아온 후 곧장 손톱을 잘랐다. 이상하게 생각될 정도로 속이 후련했다. 나는 손을 씻고, 요 반년간 꾸준히 했던 행위인,  핸드크림을 손톱에 꼼꼼히 발랐다. 그러나 곧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열등감임을 알았다. 열등감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리려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으나 마음대로 되지 않아 눈물이 흘렀다. 그렇게 자면서 꿈을 꿨다. 그러나 잠에서 깨 짧은 손톱에 제일 좋아하는 색의 매니큐어를 서툴게 바르고, 입김을 불어 말리고 났을 때에는 열등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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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 자르고 나서 끄적인 조각글

물론 퇴고 없고 횡설수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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